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서거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 8일 오후(현지 시각)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사망 당시 여왕의 곁에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장남 찰스 왕세자와 부인 커밀라,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세손 등이 곁에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버킹엄 궁전은 조기를 게양해 여왕의 서거를 알렸다. 찰스 왕세자는 즉시 왕위를 물려받아 ‘찰스 3세’로 즉위했다.
8일 오후 버킹엄궁이 “주치의들의 진찰 결과 여왕의 건강 상태가 우려되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특히 왕실 직계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여왕이 위독한 상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이날까지 만 70년 127일을 재위해 영국 군주 중에서는 최장, 세계 역사에서는 둘째로 오래 통치한 군주로 남았다. 역사상 최장 재위 군주는 4세에 등극해 72년간 통치한 프랑스 루이 14세다.
지난 2012년 6월 엘리자베스 2세는 64년간 영국을 통치했던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위 60주년)를 맞았고, 올해 6월에는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를 치렀다. 그는 2012년 즉위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국왕’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서거로 영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파키스탄 등 현재 56국이 가입한 영연방의 군주로 즉위했다. 재위 기간 과거 대영제국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그의 통치 영역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는 사망 때까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자메이카, 바베이도스, 바하마 등 15국(총인구 1억 2900만 명)의 국가 원수였고, 오늘날 지구상에서 2국 이상의 독립국을 다스렸던 유일한 군주였다.
언제나 대중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여왕이었다. 찰스 왕세자 등 세 자녀의 이혼,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사망 등 갖가지 왕실 스캔들과 불운도 많았다. 그러나 몸에 밴 겸손함과 온화한 미소, 돋보이는 유머 감각, 철저한 자기 관리로 70여 년간 영국과 영연방 국민의 한결같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여왕은 찰스 3세와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3남 1녀를 낳았고, 이들로부터 8명의 손자와 12명의 증손자를 얻었다.
여왕의 추도 기간은 서거일을 포함해 총 12일 간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왕실 직원은 왼쪽 팔에 검은색 완장을 착용한다. 영국 주요 방송의 뉴스 진행자들 역시 검은 정장과 넥타이를 한다. 9일 차에는 런던 빅벤이 무거운 소리를 내도록 종에 가죽을 씌워 울린다. 10~12일 차는 국경일로 지정돼 금융 시장을 비롯해 관공서, 은행 등이 문을 닫는다. 장례식은 빅벤 시계탑의 타종을 시작으로 영국 성공회의 대표 교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오전 11시 국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영국 총리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다. 국장에는 유럽과 전 세계 주요 지도자, 입헌 군주국 왕실 가족들이 대거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